
나 홀로 저녁의 강가를 걸었네
그녀와 이 길을 걷던 날들은
강물과 함께 흘러가고
나는 열두 개의 달을 생각했지
우리들 산책가의 태양이었던 그 달을
그녀와 내 두 눈에 담긴 네 개의 달
강물에 내려앉은 달
한 마리 살랑대는 은어의 눈동자를 비추던 달
그리고 저 솔숲 부엉이의 두 눈과
그녀의 눈물에 고이던 노란 달빛
돌아올 수 없는 강물을 따라
흘러가버린 그녀, 긴 머리칼의 향기
우리들 산책가의 태양이었던
열두 개의 달도 사라졌지
그 옛날 바다를 끌어당기고 밀어내던
위대한 달의 힘도
나는 잊었네 아득히 잊었네
- 유하, '열두 개의 달' -