먼 길을 걸어 본 적이 있으신지요?
그것도 빈 주머니에 약간의 허기를 느끼며 타박타박 걷는 길.
이때의 구세주는 다름 아닌 길동무인 것을 경험이 있으신 분은 아시리라 믿습니다.
그것도 입담이 좋은 길동무라면 그가 들려주는
구수한 이야기에 힘든 줄 모르고 목적지에 당도할 수 있었지요.
인생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. 갈 길은 아득한데 어깨 위의 짐은 무겁고,
거기에다 요즘 같은 불황에 얼마나 스산한 세상입니까. 이럴 때 감동 깊은
이야기로 우리의 가슴을 데워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.
그 한 예로 일본 동화 구리 료헤이의 <우동 한 그릇>을 생각해 봅니다.
섣달 그믐밤, 우동 집에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들어온 여인이 머뭇머뭇
“우동 한 그릇만 시켜도 됩니까?"라고 묻는 것으로 이 아름다운 동화는 시작합니다.
물론 이들의 어려운 처지를 눈치챈 여주인은 주방에다 “우동 1인분”이라고 외치고,
주방에선 또 1인분에 반덩어리를 더 넣어 끓여 내줍니다.
이네들은 해마다 섣달그믐날이면 밤 10시께에 어김없이 그곳에 나타나서
우동 한 그릇을 시켜서 세 모자가 나눠 먹고 가곤 합니다.
우동 집 주인은 그날이 오면 그들이 늘상 앉는 자리를
예약석으로 남겨서 맞이하는 것이 관례가 되었습니다.
그런데 어느 해 섣달그믐날부터 세 모자는 그 우동집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.
그러나 이 우동 집 주인의 아름다운 마음을 보세요.
세 모자가 찾아와 우동 한 그릇을 먹고 가는 그 자리를 '행복의 테이블'이라고 부르고 있으니까요.
세월을 누가 ‘흐르는 물'이라고 했던가요? 정말 흐르는 물 되어 흘러가는
세월 속에서 다시 섣달그믐날이 왔을 때 '행복의 테이블'에 주인들이 나타납니다.
흰머리가 반쯤 섞인 여인과 건장한 청년들로 변하여.
그동안의 세월만큼 늙은 주인은 우동 한 그릇밖에 주문할 수 없었던 세 모자가
그 고난의 세월을 이겨 내고 이제 세 그릇을 주문하게 된 것을 눈물을 흘리며 되받습니다.
“네엣! 여기 우동 세 그릇.”
오늘 우리네 주변에서도 라면 한 그릇에 젓가락 세모가 들어가는 집이 있을 테지요.
이 어른과 함께 읽는 <우동 한 그릇>이 희망이 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.
*정채봉의 <첫 마음>에서 따온 글.
줄인 내용이 많습니다.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
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~